파이낸셜타임즈 "비트코인, 투심 개선 멀었다"...'인기 없는 반등' 혹평
사진 = 셔터스톡

비트코인이 올 들어 70% 가까이 상승했지만, 지난해 실망한 투심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는 주장이 나온다.

4일 파이낸셜타임즈는 "비트코인이 약 2년 만에 가장 장기적인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거래 활동은 위축돼 있다"며 "작년 기업 붕괴 와 스캔들을 겪은 많은 투자자들이 암호화폐 매수를 꺼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암호화폐 시장이 올해 1분기 어느 정도 탄력을 되찾았은 것은 사실이지만, 규제 마찰과 추가 붕괴가 예상되는 시장에 대한 접근은 여전히 기피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대형 암호화폐 거래소, 대출업체, 헤지펀드가 잇따라 파산했고, 자금 손실을 입거나 자금이 묶인 투자자들은 등을 돌렸다.

매체는 비트코인은 한 달 넘게 2만 8000달러 안팎의 좁은 범위 안에서 거래되는 것에 대해 "거래량이 얕기 때문"이라면서 "소액 거래 활동을 통해서도 시장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상태가 됐다"고도 지적했다.

암호화폐 인덱스 제공업체인 푸튜어(Phuture) 성장책임자 찰스 스토리(Charles Storry)는 "겉보기에 최근 비트코인 실적은 훌륭하지만, 업계 많은 이들이 올해 반등을 '인기 없는 랠리(unloved rally)'라고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신뢰를 회복하고 새로운 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해 유의미한 진전을 이루지 못한다면 가격 변동은 큰 의미가 없다"고 덧붙였다.

파이낸셜타임즈 "비트코인, 투심 개선 멀었다"...'인기 없는 반등' 혹평
사진 = 비트코인 유동성 그래프 / 씨씨데이터·파이낸셜타임즈

암호화폐 가격 반등이 거래량이 저조한 시장에서 이뤄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암호화폐 데이터 제공업체 씨씨데이터(CCData, 크립토컴페어)에 따르면 암호화폐 시장은 올초 이후 가격 변동 없이 대량 주문을 흡수할 수 있는 수준에서 벗어났다.

씨씨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1월 비트코인 시세를 1% 이상 움직이기 위해 2300만 달러(한화 약 304억원) 상당의 1400 BTC를 구입해야 했는데, 지난달 말 1300만 달러(한화 약 171억원) 상당의 462 BTC 수준까지 줄어들었다.

데이터 제공업체는 "업계가 위기에 빠진 지난해 5월 이후 비트코인-테더 거래쌍 기준 시장 깊이(market depth)가 최저 수준까지 왔다"고 설명했다.

암호화폐 거래 업체 덱스테리티 캐피털(Dexterity Capital) 운영 파트너 마이클 사파이(Michael Safai)는 "가격은 회복 중이지만 유동성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면서 "FTX와 거래 계열사 알라메다리서치가 한 때 담당했던 공간이 아직 채워지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사파이는 "암호화폐 시장을 뒷받침할 유기적인 모멘텀이 아직 많지 않다"면서 "암호화폐가 고착화된 지점을 넘어 추진력을 갖게 될 만한 주요 사건이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최근 몇 달 동안 비트코인을 매수한 투자자들은 보유 물량을 유지하는 데 그치고 있다.

암호화 데이터 제공업체 글래스노드(Glassnode)는 "지난해 11월 FTX 실패 이후 비트코인이 2년 최저치를 기록했을 때 비트코인을 매입했던 투자자들은 투자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두바이에 소재하는 한 암호화폐 펀드 매니저는 "올해 암호화폐 시장이 크게 반등했지만, 지난해 기관과 개인 투자자들이 시장에 처음 발을 들이게 했던 '포모(FOMO, 기회를 놓칠 것이라는 두려움)' 현상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암호화폐 자산운용사 코인셰어스(Coinshares)에 따르면 지난달 28일까지 한 주 동안 암호화폐 투자 상품에서 총 7200만 달러(한화 약 966억원)의 순유출이 발생했다. 전체 거래량은 연평균 대비 절반 수준으로 나타났다.

파이낸셜타임즈는 강화된 규제 움직임과 미결된 업계 붕괴 여파도 신규 자금 유입을 방해하고 있다고 짚었다.

미국 규제 감독 당국은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를 압박하고 있다. 올해 1월 파산한 대형 암호화폐 대부업체 제네시스의 향방 역시 시장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다.

반면, 일각에선 은행권 위기로 인해 '대안 자산'인 암호화폐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암호화폐 브로커 B2C2의 에드먼드 고(Edmond Goh) 거래 총괄은 "올초 은행 위기 이후 랠리를 경험했다"면서 "이는 자금 안전과 자가 수탁을 위해 달러에서 도피하는 움직임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파이낸셜타임즈 "비트코인, 투심 개선 멀었다"...'인기 없는 반등' 혹평
사진 = 은행 실패 이후 늘어난 암호화폐 보유율 / 모닝컨설트 공식 트위터 계정

2일 시장조사업체 모닝컨설트는 지난달 설문조사를 통해 "최근 은행 실패가 암호화폐 보유율 상승 요인일 수 있다"고 풀이했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미국 성인 22%가 암호화폐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대비 4%p 증가한 수준이다. 응답자 16%가 비트코인을, 12%가 이더리움을 보유하고 있다.

모닝컨설트는 "지난해 암호화폐 생태계 붕괴에 따른 업계 불안 속에 전통 은행 산업의 혼란이 탈중앙화 금융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자극했을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모닝컨설트는 근 암호화폐 가격 변동성이 거래 활동도 촉진하고 있을 수 있다고 봤다.

비트코인 투자자 46%는 3월 중순 가격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을 노렸다고 밝혔다. 이더리움 매도는 지난달 33%를 기록, 전년 동월 16%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했고, BNB 매도 역시 10%에서 34%로 3배 늘었다.

암호화폐 규제 강화를 요구한 응답자는 전년 10%에서 올해 29%까지 급증하며 많은 투자자들이 신흥 시장 관련 규제 리스크를 우려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모닝컨설트는 "다만 규제 부재가 암호화폐 보유율 증가를 막을 것 같지 않다"면서 "응답자 26%가 내달 암호화폐 매입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4일 암호화폐 시장은 팩웨스트 은행 위기가 알려진 가운데 다시 상승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비트코인은 전날 대비 2.25% 상승한 2만9140 달러, 이더리움은 2.14% 오른 1899.94 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alice@tokenpost.kr

원문 출처: https://www.tokenpost.kr/article-131667